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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호랑이 선생님’ 조자용의 뚝심

한국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호랑이 얼굴을 닮은 거대한 바위 아래 아담한 무덤이 하나 있다. 최근 그곳에서 ‘호랑이 선생님’이라 불렸던 한 남자의 25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겉모습과 정신적 기개가 호랑이를 닮은 그는 고 조자용(1925~2000) 선생이다.     그는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한국 민화 감상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그의 선구자적 업적에 우리는 모두 큰 빚을 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토착 문화와 민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많은 국가들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귀한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이런 문화 감상 운동을 주도하며 비범한 통찰력을 보여준 리더들도 있었다. 그러나 민화에 조자용만큼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자용이 활동하기 전, 한국 민화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극히 미미했다. 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은 헐값에 팔리거나 흔히 버려지곤 했다. 한국 민화를 전문적으로 소장하는 컬렉션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것이 바로 조자용이 촉망받는 건축가로서의 성공적인 경력을 기꺼이 포기한 이유였다. 경제적 보상은 적었으나 정신적 만족이 큰 그의 사명, 즉 한국인과 비한국인,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교육받은 자와 교육받지 못한 자 모두에게 한국 민화와 문화를 알리겠다는 사명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195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위를 취득한 그는 LA와 서울에서 여러 주요 건축물을 설계했다. 덕수궁 인근 미국 대사관저 한옥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아래 전통이 근대주의로 대체되면서 오랜 관습과 소중한 문화를 빠르게 잃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그는 한국 민화에 대한 책을 출판한 최초의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별명처럼 호랑이 같은 맹렬한 열정으로 민화 알리기에 일생을 바쳤다.     조자용은 한국에서 17차례, 해외에서 12차례의 대규모 전시를 직접 기획했다. 대표적으로 ‘금강산 보물전(하와이 대학교 동서문화센터, 1976)’, ‘호랑이의 혼: 한국의 민화(시애틀 토마스 버크 기념 워싱턴 주립 박물관, 1980)’, ‘호랑이의 눈(샌디에이고 밍게이 국제 박물관, 1980)’, ‘청룡과 백호(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박물관, 1981)’, ‘행복의 수호자들(LA 공예 민속 미술박물관, 1982)’ 등이 있다. 각 전시에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된 도록이 발행됐다.   조자용은 한국 문화의 토착적이고 정신적인 기반을 깊이 연구함으로써 진정으로 한국적인 미학을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한국 민화에 대한 일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이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식민주의적 시각으로 정의된 토착 예술의 개념에서 벗어나려는 중요한 국제적인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제 한국 민화 전시는 전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국제 경매장과 딜러들은 작자 미상의 한국 민화 호랑이 그림 등 민화 작품들을 고가에 거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홀로 거센 근대화의 물결 앞에 서서 “멈추세요!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영혼을 잃고 있습니다!”라고 용감하게 외쳤던 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한국의 아름다운 민화 문화가 소실되지 않고 보존되었다는 사실이다.   단 한 명의 영웅, 조자용의 위대한 업적을 통해 우리는 한국 민화의 정신과 아름다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됐다. 그 정신을 이어 우리들도 이타적인 대의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영감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호랑이 조자용 호랑이 선생님 한국 민화 호랑이 얼굴

2025-05-20

[문화산책] 민화(民畵)라는 낱말에 대해서

한국 민화(民畵)에 대한 인기가 미주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른바 K-아트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적 아름다움을 듬뿍 담은 민화에 대한 사랑도 커지는 것 같다. 민화를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술 한류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런 인기의 영향으로, 민화 그리기를 배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의미 있는 전시회도 자주 열리고 있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의 한국 채색화 특별전, 데스칸소 가든의 한국의 화조도(花鳥圖) 전시에서 민화가 중심적 눈길을 끌었고, 지금 LA 한국문화원에서도 민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더 큰 인기라고 한다. “오늘날 민화 인구의 급증은 특이 사항이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 산재한 수십만 명의 민화 인구는 채색화를 다시 주목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계 일반에서 민화 붐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가 어디에 또 있을까. 세속 유행어로 인사동 대관화랑과 표구점, 그리고 미술재료상은 민화 인구가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양적 팽창은 이제 질적 향상을 위해 심각하게 자성할 때이다.” -윤범모 ‘현대미술관장의 수첩’에서   민화가 인기인 까닭은 현세적 염원을 담은 그림의 내용과 생동감 넘치는 색채가 어우러진 조형적 매력 때문이다. 민화에 대한 사전의 설명은 이렇다.   ‘민화는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이다.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린 생활화를 말한다. 대체로 비전문가의 작품이지만 직업 화가가 그린 것도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민화’라는 용어는 진지한 논쟁의 대상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민화’라는 용어와 개념을 맨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다. 그는 민예(民藝)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야나기는 엄혹한 일제강점기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를 높게 평가하고 찬양한 고마운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한국미의 특징을 ‘비애의 미’로 규정하는 등 식민지 통치 정책에 동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민화를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조형적으로 표현된 진정한 의미의 민족화로 보는 학자들은 민화라는 명칭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윤범모 전 한국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렇게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야나기의 민화론을 극복해야 한다. 단언하건대, 한국 민화가 살려면 야나기를 처리해야 새로운 활로가 생길 것이다.”   민화라는 용어를 쫓아내고, 꼭 알맞은 낱말을 찾아내 사용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그동안 겨레그림, 채색 길상화, 한화(韓畵), 민족화 등 많은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민화’라는 낱말이 공식용어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제로부터 광복된 지 80년 세월이 지나도록 정신적으로는 일제의 잔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문화예술 쪽도 여전히 쓰레기투성이다. 가까운 예로 ‘미술’이라는 낱말도 일본 사람들이 급조해 낸 용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 중 한문 투 낱말의 70-80%가일본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인데, 그저 우리말인 줄로 알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게 무슨 문제냐, 그래도 나라가 잘만 돌아간다, 일본을 넘어선 지 벌써 오래다…. 이런 식으로 눙치고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나의 주체성을 바로 세우지 않고는 우리 문화 예술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없다. 내가 없는 한류는 일시적인 물거품으로 끝나기 쉽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민화 낱말 민화가 인기인 한국 민화 민화가 중심적

2024-08-15

민화, 서민들 생활 철학 담겼다

한국 민화의 전통성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EK갤러리(관장 유니스 김)가 이숙 민화 작가 초대전 ‘헬로 민화’를 오는 6일부터 1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초대전에서는 습작 작품 포함 총 45여점이 소개되며 한지뿐만 아니라 소나무, 벽지, 옻지, 광목 등 다양한 재료에 그린 독특한 민화 기법도 감상할 수 있다.     이숙 작가는 “가로 그림인 서양화와 다르게 민화는 세로 그림으로 감상하는 관점부터 다르다”며 “서민들이 그린 비전문적인 그림이지만 생활에서 가져온 자유로운 소재, 창작, 색다른 구도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민화는 한국전통 회화와 많은 부문이 접목되어 있다. 그림 하나하나가 유교 사상의 휴머니즘과 자연주의 사상은 물론 우리 민족의 자연관과 생활 속 철학까지 담겨있다.   예진민화연구소 이경숙 소장은 전시회 축사에서 “민화의 오방색을 혼합하는 채색 기법은 많은 작품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다”며 “단시간 내 습득할 수 없는 전통기법과 많은 장르가 혼합돼 생각보다 어려운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숙 작가는 파인 송규태 은관문화훈장수훈 기념 LA 초대전, 중국 국제초청교류전 등 다수 그룹전을 열었고 김삿갓 전국민화공모전, 한국전통문화예술 공모대전 등을 수상했다.     EK갤러리 유니스 김 관장은 “너무도 한국적인 민화 특유의 아름다운 색체에 매료되었다”며 “서민들의 예술을 놓지 않고 계승하려는 작가 작품을 통해 한국 고유의 예술을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프닝 리셉션은 6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주소:1125 S.Crenshaw Blvd. LA     ▶문의:(323)272-3399 이은영 기자민화 서민 예진민화연구소 이경숙 김삿갓 전국민화공모전 한국 민화

202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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